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영어와 한국어 억양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합니다.
아래의 문장을 읽어보세요!
‘밥 주세요.’
‘팥 주세요.’
다시 읽어볼게요
‘밥- 주세요.’
‘팥/ 주세요.’
두 문장의 ‘밥’과 ‘팥’의 음의 높낮이가 혹시 다른 거 눈치채셨나요? ‘밥’보다 ‘팥’보다 음이 높습니다.
(이것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주로 서울 억양으로 젊은 세대에 한정될 수도 있습니다.)
즉, 한국인은 ‘ㅂ’과 ‘ㅍ’을 음의 높낮이로 구별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영어 단어를 살펴볼까요?
bye
pie
어떻게 읽으셨나요?
한국인들은 보통 bye의 b보다 pie의 p를 보다 높은 음에서 발음하기 쉽다고 합니다.
b-ye
p/ie
영어 원어민들은 어떨까요?
위의 단어들의 ‘b’와 ‘p’를 영어 원어민들은 한국인들 만큼 음의 높낮이를 다르게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원어민들에게 b와 p를 구별하는데 음의 높낮이는 한국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Cue weighting; 모국어와 외국어를 발음할 때 중점을 두는 단서’이라 합니다.
한국인 화자들은 p/b, t/d, k/g의 발음을 구별할 때 한국어처럼 음의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영어를 발음하기 쉽다는 뜻입니다.
영어실력이 향상될수록, 한국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서들보다 영어에서 중요한 단서들을 점차 더 사용하며 발음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원어민과 가까운 발음이 되겠죠?
사실 한국인이 기본적인 일상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할 때, 영어 발음은 어휘력이나 문장 구조에 대한 지식(문법적인 측면) 등에 비하면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발음이 다소 정확하지 않더라도, 문맥상 청자가 이해 가능하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할 테니까요. 원어민이 못 알아듣는 영어 발음을 할 때는 당연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나는 ‘coffee’를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copy’라고 이해할 수도 있거나 아예 못 알아듣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따라서 모국어인 한국어 발음의 영향을 받지 않고(Foreign accents) 원어민처럼 영어의 자음과 모음을 발음할 수 있다면,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Individual differences in phonetic cue use in production and perception of nonnative sound contrast. Journal of phonetics, 52, 183-204. Schertz, Cho, Lotto & Warner(2015).
중국어, 일본어 전부 다 억양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세게 읽는 발음을 딱 집어주셔서 확실하게 이해했어요